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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복지에는 장애인권이 없다.

[장애인권]

학생복지에는 장애인권이 없다



  우리는 51대 총학생회가 되었던 실천가능 선본이 작년 2007년 정책간담회에서 '학생복지'에 대해 발언했던 것을 기억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복지는 개개인이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는 것이다. 단순히 시혜가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복지는 '시설을 잘해준다, 선심성으로 무엇을 해준다'가 아니라 그 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찾아나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학생회가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아래로부터 담론이 잘 형성되어서 총학생회가 집행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수동적으로 반응해야한다는 생각은 아니다. 아래로부터의 담론을 강조한다. 특정한 구도가 형성되었을 때, 동등한 입장으로 그 가치를 존중할거냐는 질문은 가정적인 상황인데, 합의의 문제에서 보면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아 갈등으로 흐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차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사실 관계가 명확해야 한다. 학생사회 문제점은 정보의 확실한 제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학생회가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서 새로운 대책을 세울 것이다." [각주:1]

  올해 있었던 상황들을 다시 바라보자. 51대 총학이 정말로 자신의 권리를 찾아나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고 생각하는가? 총학의 공약 중 하나로 이야기되었던 남학생 휴게실과, 장애학생 휴게실을 비교해보자. 기득권이자 유리한 입지에 있는 비장애 남학생들과, 발언력이 낮고 자기 하는 일을 챙기기에도 힘겨워하고 있는 장애학생들의 입장을 서로 대조해 보았을 때, 어느 것이 더 필요하고 절박한 것인지는 불 보는 듯 뻔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우리들, 우리 장애학생들에게 어떤 권리를 찾아나갈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해 주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조그만 권리를 위해서라도 활동할 수 있는 우리들의 의욕을 저하시켰다고 해야겠다. 장애학생 휴게실 설치를 촉구하는 자보를 떼어내고, 남학생 휴게실을 설치했음을 알리는 자보를 붙여놓고도 어찌 수치심조차 느끼지 않을 수 있느냔 말이다. 

  학생 복지를 외쳤던 51대 총학이 사회적 소수자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이러니한 것이었다. 남학생 휴게실 설치는 사회 정의와 도덕적인 올바름을 지향하고 학내 구성원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면 '하지 말았어야 했던' 일이었다. 학내 학생 및 구성원들 중 누군가가 실존적인 삶에서의 힘듦과 괴로움을 호소하고 문제 제기하고자 했다면,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했다. 이에 대한 좋은 예로, 2007년 당시 50대 총학이 우리와 연대하여 420 장애차별철폐결의대회에 참가하였다. 이는 대단히 큰 의미가 있었다. 왜냐하면 학내 장애학생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교육을 향상시키기 위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제정되는 역사적인 날이 바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이 문제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우리는 더 이상 사소한 불편함에 불평하고 하소연하기만 하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이미 성숙한 시기를 경험한 우리들은 좀 더 넓고, 다양한 담론들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충분히 사회 전반을 변화시킬 수 있는 숨어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부당함에 저항할 수 있어야한다. 그런데도 학생복지로 둔갑한 각종 공약에 의해서 화려하게 치장되고, 복지의 진정한 의미를 변질시켰던 것이다. 물론, 정책간담회 때 아래로부터의 담론을 강조해야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이는 총학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려는 태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어떤 사회적 소수자의 주장이나 의견은 대다수의 무관심한 학생들, 즉 침묵의 카르텔에 의해서 무시되면서 담론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는 몇몇 사람의 힘으로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절박한 나머지 문제제기 했는데 사람들이 관심이 없다. 이쯤 된다면 총학에서 "물론 그 쪽 입장도 이해하지만, 관심 없는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에 중립을 지키겠다."고 말하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은 뻔하다. 절대적으로 약자인 구성원은 51대 총학이 표방한 일종의 정치성에 의해서 더욱 짓밟혀지게 된다. 

  따라서 총학이 진정성을 가지고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과 적극적인 연대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의미에서 작은 실천이 될 수 있고, 보다 큰 의미에서의 '사회운동'이 될 수도 있다. 몇 년 전부터 휠체어 장애학생을 위한 저상버스 도입과, 속기사 확보를 요구해왔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요구들을 계승해야할 것이며, 학칙개정 등 절박한 사안이 나올 때마다 총학은 장애인권 담론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하여 답을 만들어나가도록 묶어주는 존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
  1. 51대 총학생회 선거 정책간담회 속기, http://www.we.snu.ac.kr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