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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론(4) - 개념충전요망!!

[총론4]

개념충전요망!!





  


  서울대 총학생회! 누구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커 보이는 그 이름. 지금 그 이름을 얻어보겠다고 다섯 개나 되는 선본들이 열심히 ‘날 좀 보소’ 소리치고 있다. 좋든 싫든 늦어도 12월 초에는 누군가 차기 총학생회장님이 되어 있을 것인데... 그 전에 후보님들께 여쭈고픈 말, 개념 충전은 하셨는지?

  온통 멋있어 보이려고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고 어쨌든 복잡한 말들만 골라서 하고 계신 분들에게, 어찌 외람되게 개념을 운운할 수 있니?!, 라고 분개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보통 욕할 때 쓰니까 왠지 폄하하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원래 ‘개념’은 ‘기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에이, 설마 서울대 총학생회장 후보라고 나왔는데 기본도 없을까? 당연히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항상 쓰라린 경험이라는 게 있는 법, 2008년 曰, “그래 없을 수도 있어”

  먼저 ‘상식적인 절차’에 대한 개념. 여기서 상식이란 ‘회칙’을 말한다. 회칙상 전체학생총회나 전체학생대표자회의가 열리지 않는 한, 총학생회의 ‘의사결정’은 총/부총학생회장, 단과대회장들, 동연회장으로 구성되는 총운위(총학생회운영위원회)에서 이뤄지고 결정된 사항에 대한 ‘집행’은 총운위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인준된 총학생회집행부에 의해 이뤄진다. 그러니깐 ‘집행’은 집행부에서 하더라도 ‘결정’은 총운위에서 해야 한다는 것인데, 51대 총학생회에서는 종종 총학생회집행부에서 ‘결정’과 ‘집행’을 모두 하는 일(보통 입법부가 행정부에 종속되면 그걸 독재라고 부른다)이 몇 번[각주:1] 일어났다. 이 정도면 무개념이라고 부를 만하다.

  다음, 더 나은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면 갖춰야할 개념. 여기선 회칙을 넘어선 상상력이 필요하다. 1년에 한 번 하는 총학생회 선거는 ‘총투표’이기에 그만큼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지만, 선거 당시 얘기되지 않았던 문제들, 그리고 선거 당시와 조건이 달라진 문제들에 대해선 사실상 아무런 대표성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일상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견을 수합해 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과 총학생회 집행부의 역량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대의제로 포괄되지 않는 ‘일상의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설문조사만 하면 학생들의 역할은 끝, 이제 우리가 본부에 얘기해보고 됐나 안 됐나 결과 알려줄게, 공청회? 토론회? 이런 거 복잡하니깐 그냥 설문지만 쓰렴. 남휴 반대한다고? 누가 뭐라 하든 공약이었고 ‘남자들한테 한 설문조사’에선 찬성이 많았으니까 니들(남자도 포함되어 있는!)이 아무리 싫어하고 시끄럽게 해도 그냥 할게. 51대 총학생회가 ‘의견수렴’이랍시고 한 것은 표본설정과 질적연구(설문지 외에 공청회/토론회 등 논의가 오갈 수 있는 자리)에 대한 일말의 고려도 없는 싸구려 설문지 세트였고 그마저도 구체적인 사업으로 활용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ex-등록금).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 새로운 ‘당선자’에게는 기대해볼 수 있을런지..

  마지막, 자기를 바라보는 개념. 자기반성과 냉철한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어디 외계에서 온 완전체가 아니라면, 작년과 똑같은 얘기만 하고 있는 분들에겐 일단 신뢰가 안 가기 마련이다. 51대 총학생회에선 사업에 대한 ‘평가’가 남은 게 없다. 속기록에 없으니 논의도 안 해본 것이 분명하다. 짐작되는 모습은 다들 수고하셨고, 이제 다음 사업 하죠. 이런 식(이게 아니라면 총학홈피에 좀 올려주시든지. 정보공개청구라도 해서 봐야하나). 이래서는 매년 제자리걸음 할 수밖에 없다. 

   냉철한 반성에 대한 부재는 총학생회가 떠맡아야 하는 여러 부담 - 부딪히는 의견의 조율, 리더십, 각종 필수업무 등을 끈질기고 유의미하게, 즉 점점 발전하는 모습으로 수행할 수 없도록 한다. 몇 달이 밀린 예산자치기금 집행, 회계결산도 안 올리고 전(前)사무국장/차장은 총학생회 선거 선본원으로 뛰고 있는 모습 등등, 51대 총학생회는 기존의 총학생회가 보여주지 못한 파격들을 선사하고 있다. 잠깐 내년을 바라보자면, 연정제(?)는 너무 파격적이긴 하지만, 서로 심하게 다른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선본들이 한번쯤 고려는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솔직히 실천가능한 것들만 하겠다는 건 ‘다른 사람들이 해도 실천가능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그럼 좀 영역을 나눠 같이 할 수도 있다는 ‘생각’ 정도는 해보라는 뜻이다. 그럼 더 나은 상상력들이 나올 수도 있겠지.

  자, 우리 후보자님들은 얼마나 개념을 갖추시고 계실까. 그냥 난, 지금은 다들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갖추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과연 그게 선거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우리’가 끊임없이 두 눈 치켜뜨고 총학생회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이다.
  1. 총운위에서 인준도 받지 않고, 이제는 어디서 뭘하고 있는지 파악도 안되는 ‘집행부 50명’과 함께 가느라 돈을 400만원 넘게 썼다는 ‘LT’는 언제 가고 무슨 얘기를 했는지 전혀 공유되지 않았고(2학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속기록 참고 - 나중에 내용 공유해준다더니 지금도 없네), 2학기에는 총운위 의결도 없이 100만원 정도의 돈을 후원해 부랴부랴 다음 총운위에서 편법으로 해결하고, 지금도 악명 높은 ‘정당 강연회 개최’에.. 뭘 제안하면 도저히 불가능한 조건(방학 중에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을 걸어놓고 안 되면 안 한다고 하고 등등 총학생회홈페이지에서 총운위 안건지, 속기록, 전학대회 자료집만 보면 줄줄이 소시지처럼 문제들이 흘러나온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