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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론(1) - 지못미 민재씨, 지못미 선본들

[총론1]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민재씨.

지지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선본들.




  2008년 11월, 학교가 다시 어떤 풍경에 휩싸인다. 빈 공간 곳곳에 붙어있는 화려한 색상의 자보들, 화려한 공약들, 예쁜 색상의 옷을 맞춰 입은 학우들. 인터넷에서의 권/비권 논란, 공약 실질성 비판, 아 머리 아파, 끝도 없는 말싸움들... 가만 있자,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풍경인데?! 죽지도 않고 또 왔다. 학생회 선거.


   정작 그런데 학교 분위기는 자보의 요란함에 반에 반도 못 미친다. 공동 유세 때, 선본원들만 나와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난 몇 년 간, 연장하지 않았던 투표가 몇 번이던가. 투표율은 언제나 50%를 간신히 넘긴다. 사실 선거의 주인공은 선본과 난무하는 화려한 공약들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이거 위기다. 선거에 승리한 선본은 매번 학우들의 대표인양 행사하지만, 그네들에게 표를 던진 사람이 전체 학생의 20%나 될까? 그런데 도대체 왜? 어디서? 이런 문제가 기인한걸까? 이거, 학생 잘못일까? 후보 잘못일까?


  문제를 알아보려면, 총학생회가 하는 게 뭔지부터 살펴야지. 지난 한 해, 총학생회는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다. 선거 때의 남휴공약부터, 광우병 쇠고기 정국에서의 총투표 논란, 전학대회 무산, 총론의 부결 등등... 이 분들, 주장은 ‘가치다원주의’라는데, 이게 참 이상하다. 일 있을 때마다, 학우 전체의 의사를 핑계 삼아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는다. 이거, 가치다원주의 맞기는 한가? 다양한 가치들을 존중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잘 표현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게 아니라, 여러 생각이 있으니 아무 것도 하면 안 된다 인가? 이거 ‘무가치주의’ 아니에요? 아노미스트 님들?


   지난 총학생회 보면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건, 무식이다. ‘남학우 휴게실’이라는, 그 학내 페미니즘 담론의 역사적 성과를 싸그리 모르는 척 하는, 그리고 반발심리 이용해서 표를 얻으려고 하는, 뻔한 선거 전략... 할 말이 없다. 그런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시종일관’이라고 한다. 그런데, 무식도 이쯤 되면 죄다. 더욱이 ‘시종일관 무식’이라면... 어휴.


   그래도 같은 선본명으로 이번에 뛰어든 건 좋게 평가해주고 싶다. 당당하게 지난 학생회의 활동을 평가받겠다고 나온 거 아닌가? 적어도 연속적으로 담론을 만들어내겠다는 패기는 높이 산다. 그런데, 그 수많은 공약들 중에, 연속적인 게 있기는 했나? 경력에 써놓은 SAF, 이거 작년 선거철에 한 번 하고 아무것도 쓴 걸 못 봤던 것 같은데... 운동권들이 하는 짓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그냥 인적 구성만 연속적으로 가겠다는 건가?


  특정 선본이 먼저 이렇게 실컷 까이는 건, 그래도 지금 학생회를 하고 있으니까 이다. 그렇다고 안심하지 마시라, 순간 안도하셨던 분들. 이제부터는 당신들한테 한 마디 하려니까. 당신들 과연 학교 다니고는 있는 거야? 매번 나오는 페미니즘을 이야기(만?)하자는 공약들. 선거 때 갑자기 호감을 가졌다는 북극곰 얘기. 자치 활동, 다양한 목소리들에 관심을 가진 건 선거 때뿐인 것 같아서. 너네, 매번 사회주의 얘기하고 신자유주의 반대한다고 떠들고 그러는데, 실질적으로 당선됐던 건 학점취소제나 대학국어S/U 같은 것 때문에 찍어줬던 건 알고는 있지? 이게 뭐야. 거창한 얘기 하면서 다른 덴 복지만 담아낸다고 까는데, 너네도 사탕발림으로 당선되곤 입 싹 씻는 거잖아. 그래도 지금 총학하는 데는 써놓은 공약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설명하려는 노력이라도 하잖니. 너네들끼리도 친하지도 않으니 학생회를 해봤자 뭐가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선거 때 아니면 도대체 어디에 숨어들어가 있는 거지? 매일 학교 바깥의 얘기를 꺼내오는데, 가장 관심 있는 건 학생회 아니야? 내가 보기엔 그런데?


   선본들 수준이 이쯤 되니, 우리 불쌍한 민재 씨는 난처한 거다. 이거 뭐 어디 찍을 데도 없고. 선거가 굴러가는 것도, 실질적인 얘기가 아니라 이미지로 굴러가니까 말이다. 특히 우리 민재 씨는 생태주의에 무지무지하게 관심이 많은데, 끽 나와 봐야 북극곰 생각하자나 재생지로 자보 만들었어요, 옥상 녹지화 할게요 같은 안습 내용이 전부이니... 그리고 선거 끝나면 다들 까먹잖아. 차라리 리플렛 수를 다 같이 좀 줄여서 자원의 낭비를 막자고 하는 게 낫겠다. 미안해, 민재 씨. 내가 나가서 화끈하게 찍을만한 데를 만들어놨어야 하는데, 나도 왕따라서... 제발... 우리들의 관심이 뭔지 제대로 알기라도 하는 후보가 나와 주면 좋을 텐데.




  ps. 아 근데, 딴 건 다 좋은데, 제발 다 같이 그 양복 좀 벗기 운동 하면 안 될까?ㅠㅠ 나 정말 볼 때마다 속이 답답해져서. 다 같이 즐거울 수가 없잖아. 그 옷의 권위 앞에서 말이야.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나온 거야? 여기 대학교는 맞긴 맞나? ㅠㅠ 그냥 다 같이 약속하고 안 입으면 안 돼? 마찬가지잖아. 혹시 돈이 썩어나니? 그러면 차라리 아프리카 애들 밥 한 끼 더 사주자. ㅠㅠ 선본 옷 맞춘 것도 마찬가지야. ㅠㅠ 선거법 한참 강화될 때는 총선에서도 옷 못 맞춰 입게 했었는데 ㅠㅠ 과도한 선거비 지출 유도는 선거진입 장벽을 높일 뿐이라구!!